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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학 비평의 개념과 방법
    문학 2024. 3. 16. 03:28

    비평의 개념

    "비평가의 말을 믿는 것보다는 차라리 12월에 장미꽃을 찾는 편이 낫다." 이 말은 영국 시인 바이런이 비평가에 대해서 평한 말이다. 콜리지 역시 "시인이나 역사가, 전기작가가 되려고 하다 재능이 부족한 것이 확인되면 비평가가 될 뿐이다."라고 비평가를 폄하해서 말한 바 있다. 이와 같이 19세기 초까지만 해도 비평은 서정과 서사, 극과 같은 정통 문학 장르에 속하지 못하는 준문학, 의사 문학 장르로서 작품을 이해하고 감상하는 데 불필요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유해하다는 생각조다 만연해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중반부터 비평은 문학 장르의 총아로서 지도적 위치를 점하게 되었다. 단순히 작품을 감상하고 이해하는 차원을 넘어서 비평만의 존재이유를 가지게 된 것이다. 이러한 역할 자체 때문에 오히려 비평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더 커지기도 했다. 현대의 비평은 궁극적으로 예술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데 의도를 지니고 있으며, 예술작품을 내용으로 환원하고 해석함으로써 형식적 측면을 도외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우려이다. 이것은 비평과 순문학 사이의 불편한 관계와 힘의 균형 잡기의 어려움을 말해줄 뿐만 아니라 비평의 역할과 의미를 되묻는 것이기도 하다.

     

    과연 비평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에 의하면 비평은 '문학작품을 정의하고 분류하고 분석하고 평가하는 작업', 혹은 '하나의 문학작품을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하고 평가하는가에 관한 노력의 총체', '문학작품의 좋은 자질과 그렇지 못한 자질을 선별해 내는 일'이라고 적시하고 있다. 어느 문학 용어사전에서는 비평을 '비평가의 개인적 취향에 의하거나 일련의 선택된 미학적 개념에 의하거나 상관없이 예술작품에 관해 의식적으로 평가하고 감상하는 일'이라고 정의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문학에 관련된 일체의 논의, 다시 말해 문학이란 무엇인지, 문학작품의 뜻은 무엇인지, 작가는 무슨 일을 하는지, 한 작품의 가치는 어떠한지 등에 대한 광범위한 논의를 넓은 의미에서의 문학 비평이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이렇게 다양한 정의와 개념의 주장들을 종류에 따라 묶어 정리하자면 비평이란 다음과 같은 일을 수행하는 것으로 말할 수 있다.

    1) 판단한다.

    2) 가치를 평가한다.

    3) 분석한다.

    4) 감상한다.

    5) 결점을 찾는다.

    6) 칭찬한다.

    7) 종류를 나눈다.

    8) 비교한다.

    비평이 수행하고 있는 것들을 구체적으로 기술해 놓고 보자면 사실 비평작업은 특이하고 어려운 일이라기보다는, 보편적인 독서에 약간의 기술을 덧붙인 행위라고 볼 수 있다. 하우프(G. Hough)의 다음 설명은 이에 걸맞은 해석이라 할 수 있다. "비평이란 글을 아는 사람에게는 자연스러운 활동이다. 따라서 비평행위를 해온 사람은 많은 다양하다. 비평은 지적인 독서의 연장이며 지적인 글을 쓸 때 필요한 부속물이라고 할 수 있다. 책에서 발견하는 것과 자신의 경험 내용을 비교하는 사람은 누구나 비평가가 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는 처음에 단순한 독자였으며 문학작품을 읽을 때에도 비평적으로 읽지 않았을 것이다. 한 걸음 물러나서 깊이 생각해 볼 때야말로 진정으로 비평이 시작된다. 비평이란 말하자면 비평 이전의 작업에 기초해 성립되는 것으로, 독서라는 작업 후에 의문을 제기하고 분석하고 정리하고 비교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비평이 일반적인 독서의 자연스러운 연장이긴 하지만 결국 그것은 의식적인 기술, 과학인 체하는 티를 내는 기술이 된다."

     

     

    문학 비평의 개념과 방법
    문학 비평의 개념과 방법

     

     

    비평의 분류

    문학 비평은 그 대상에 따라 이론비평, 실천비평, 비평에 대한 비평 세 가지로 분류한다. 이론비평은 문학의 본질과 목적, 기능, 가치 평가의 기준 등에 대해 논의하는 것을 가리키고, 실천비평은 고금의 문학작품에 대해 그 의미를 해명하고 가치를 평가하며 작가의 기능을 논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비평 행위에 대한 비평, 기 발표된 비평문에 대한 비평을 비평에 대한 비평, 다시 말해 메타비평이라고 말한다.

     

    이론비평은 일반적 원리를 바탕으로 문학작품의 고찰, 해석에 적용되는 용어, 구별, 범주들의 일관적인 체계를 포함해서 작가와 작품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세우려고 한다. 서양 최초의 이론비평서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을 들 수 있고, 동양의 역사에서는 중국 문학비평사에 한 획을 그었다고 평가받는 유협의 <문심조룡>이 알려져 있다. 현대에 이르러서는 루카치(G. Lukacs)의 <소설의 이론>, 프라이(N. Frye)의 <비평의 해부> 등 여러 이론비평사가 출현했다. 한국문학에서 초기 문학비평사상 이론비평으로는 이광수의 <문학이란 하오>를 들 수 있다. <문학이란 하오>에서는 문학의 정의, 문학과 감정, 문학의 재료, 문학과 민족성, 문학과 도덕, 문학의 종류 등 문학에 대한 방대한 논의가 이루어져 있다.

     

    실천비평은 특정 작품과 작가들에 대한 논의에 주로 관심을 둔다. 실천비평에서 이론이나 원칙은 표면에 드러나지 않고 비평 속에 녹아 내재되어 있다. 김동인의 <춘원연구>, <조선근대소설고> 등은 모든 실천비평의 좋은 예로 꼽을 수 있다. 김동인은 <춘원연구>에서 이광수의 소설 <어린 벗에게>, <소년의 비애>, <개척자>, <무정>, <흙>, <단종애사> 등에 관한 구체적인 작품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조선근대소설고>에서는 이인직, 이광수, 염상섭, 현진건, 나도향의 작품을 다루고 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메타비평, 비평에 대한 비평은 비평행위 자체에 대한 평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비평의 이론적 바탕이나 시각, 분석방식, 가치 평가 등 비평의 모든 과정에 대한 비평인 셈이다. 가령 1920년대 김기진과 박영희 사이에서 벌어졌던 형식 논쟁, 김동인과 염상섭 간의 판사론 논쟁, 백낙청과 박경리 사이에 일어났던 <시장과 전장> 논쟁 등이 이러한 비평에 대한 비평으로 볼 수 있다.

     

    비평은 기술방식에 따라 입법비평, 심미비평, 분석비평으로 나누기도 한다. 입법비평은 기존에 세원진 비평기준을 적용해 작품을 평가하는 비평을 말한다. 심미비평은 비평가의 취미에 따라 미적 감각의 충족 여부를 쓰는 것을 뜻하며, 분석비평은 작품의 언어 조건에 따라 작품을 이해하고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기술방식에 따른 분류는 비평의 사적 변화와도 어느 정도 관계가 있다. 고전주의 시대에는 명확한 기준에 의한 비평인 입법비평이 이루어졌고, 낭만주의 시대에는 심미비평이 이루어졌다. 19세기에 들어서는 평가 기준이 붕괴되고 작가의 개성, 주체성에 의거해 평가하게 되면서 점차 분석비평으로 변모했다.

     

    전통적인 비평이론과 실제는 문학작품을 설명하고 판단하는 데 있어 작품을 외부세계나 독자에 귀착시키는가 아니면 작품 그 자체를 하나의 실체로 보는가에 따라 몇 가지로 구별된다. 

    1) 모방비평

    2) 효용비평

    3) 표현비평

    4) 객관적 비평

     

     

     

    20세기 문학 비평

    주도적인 위치에서 문학비평이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또 방법론으로 나타난 것은 19세기 중엽 이후부터이다. 이후 문학을 바라보는 시각과 문학을 설명하는 관련 지식 영역에 따라 비평의 관심 영역이 나누어졌으며 20세기의 대표적인 문학비평 방법으로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유효한 방법론은 역사전기적 비평, 마르크스주의 비평, 형식주의 비평, 구조주의 비평, 정신분석 비평을 들 수 있다. 

     

    역사전기적 비평은 두 가지 축을 이루는 방법론의 합성이라 볼 수 있다. 한 축은 서지, 주석적 작업에 바탕한 원전비평이고 다른 한 축은 각가의 전기적 생애 조사와 작품의 역사성을 규명하는 데 천착하는 전기적 비평이다. 마르크스주의 비평은 19세기 중후반 마르크스와 엥겔스에 의해 이론적 기초가 정립된 이후 20세기 들어 수많은 학자들에 의해 심화, 확대되었고 현재는 20세기 비평이론 중 가장 강력한 영향력을 미치는 이론이다. 1960년대 이후 구조주의의 발현에 따라 마르크스주의와 구조주의의 결합을 시도하는 여러 작업들이 나타났고 그 중에서도 뤼시앵 골드망(Lucian Goldman)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작품의 구조와 그 작품이 탄생하게 된 사회구조 사이에는 일정한 상동성이 이루어진다고 보고 이를 분석해 증명하고자 했다. 골드망은 세계관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17세기 법복 귀족의 세계관이 파스칼의 <팡세>와 라신의 희곡에 어떻게 투영되었는지를 밝혀 설명했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물신화와 더불어 사회적 가치 전도가 어떻게 상동성을 이루는지를 설명했다. 이후로도 20세기 마르크스주의 비평의 계보에는 프랑크푸르트 학파와 발터 벤야민, 베르톨트 브레히트 등 유럽 마르크스주의와 변형이론, 영미 마르크스주의 비평의 계보도 중요하다. 형식주의 비평은 작가의 사상, 감정, 작품에서 다루어진 사회상과 그것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역사주의 비평과 달리 작품 자체의 형식적 요건들을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둔다. 작품 자체의 내적 구조를 분석하고 평가하는 데 중점을 두는 형식주의 비평은 20세기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널리 번성했던 비평이다. 구조주의 비평은 의미 그 자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가 의미하는 방식과 요소들 간의 관계에 더 관심을 보였다. 정신분석 비평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을 텍스트 해석에 적용하는 것으로 시작된 비평이다. 고전적 정신분석 비평은 꿈과 문학간의 유추를 근거로 프로이트가 <꿈의 해석>에서 보여 준 방식을 문학에 적용하는 것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러한 작업은 구체적으로 작가의 정신분석과 작품 속 인물의 정신분석이라는 두 가지 길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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