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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국 낭만주의 문학, 빅토리아 시대의 영문학
    문학 2024. 3. 13. 21:18

    프랑스 대혁명과 낭만주의

    영국 문학에서 낭만주의가 시작된 건 워즈워스와 콜리지가 <서정담 시집>을 출간한 1789년부터로 보고 있다. 프랑스 대혁명이 시작된 1789년부터 1832년까지의 짧은 시기가 영국 낭만주의 문학의 시기이다. 프랑스 대혁명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을 귀족뿐만 아니라 보통 사람들에게까지 확대시킨, 인류 역사상 유례없는 큰 사건이었다. 전제군주제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바스티유가 붕괴되고 국왕이 감금되는 일련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의 지식인들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에 열광했다. 프랑스혁명을 지지했던 지식인들은 로베스피에로의 공포정치로 혁명이 실패로 돌아가자 더 이상 현실사회에 대한 희망을 갖기 못했다. 이들 지식인들은 사회역사적 현실을 상상력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믿었고, 현실사회와는 무관한 자연, 산업혁명 이전의 영국, 작가 개인의 내면세계에 의존하게 됐다. 다시 말해 이들이 의존한 세계는 현실 너머 불변의 의미를 가진 이상적 공간이었으며, 상상력을 동원해 이상적인 세계로 떠나 그곳에서 상처받은 영혼을 달래고자 한 것이다. 이들의 허구는 현실의 모순을 극복한 보편적인 가치를 지닌 세계를 의미한다.

     

    낭만주의 시대의 영시

     

    이상적 세계를 추구했던 낭만주의자들은 시의 형식, 소재, 양식 등 모든 면에 있어 혁신적인 입장을 취했다. 워즈워스는 <서정담 시집>의 서문에서 신고전주의 시대에 강조되었던 시적 언어 대신 일상생활에서 가져온 소재를 이용하고, 실제 사람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골라서 시에 사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주장은 신고전주의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무시당해 온 주제와 소재를 뛰어난 것으로 격상시킴으로써 문학적 가치를 전복시킨 셈이었다.

     

    낭만주의 시대에는 시의 개념도 바뀌었다. 워즈워스는 좋은 시를 "강렬한 감정의 자발적인 넘쳐 흐름"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시는 인간 행위의 모방이 아니며 시의 본질적인 요소는 시인의 감정이라고 주장했다. 숙련된 장인으로서의 문학을 강조했던 신고전주의 시관과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낭만주의 시인들의 입장은 시의 주제에도 변화를 불러일으켰다. 신고전주의 시대의 시가 인간과 사회를 다뤘다면, 낭만주의 시에서는 자연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 많았다. 그러나 낭만주의 시인들을 단순히 자연 시인으로 분류할 수는 없다. 많은 시인들이 자연풍경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자연풍경 그 자체로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시인의 창조적 사색을 유발하는 자극제로 기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연이나 사소한 일상으로부터 사물의 본질과 삶에 대한 명상으로 이어가는 이러한 경향과 함께 초자연적인 현상이나 기묘한 아름다움을 다루는 것도 낭만주의의 일면이다. 콜리지는 자연의 법칙과 일반적 사건의 경과를 노골적으로 깨뜨림으로써 경이감을 불러일으키는, 초자연적이고 신비한 영역에 대해 많은 탐색을 했다. <노수부의 노래>, <쿠블라 칸>과 같은 시에서 콜리지는 아득한 과거, 이국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신비스러운 힘과 미지의 세계를 제시했다. 상상력은 낭만주의와 동의어라 해도 충분히 납득이 갈 만큼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18세기까지 귀족이나 교양 있는 사람들의 전유물이었던 문학이 상상력에 의한 글쓰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변화하게 된 것은 모두 낭만주의자 추종자들에 의해 비롯된 것이라 하겠다.

     

    영국 낭만주의 문학&#44; 빅토리아 시대의 영문학
    영국 낭만주의 문학, 빅토리아 시대의 영문학

     

     

    낭만주의 시대의 영국 희곡, 소설

     

    주관적이고 환상적인 형식에 집중이 되었던 낭만주의 문학의 경향으로 희곡 분야는 다소 침체기를 겪었다. 희곡은 무대 위에서 상영될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관객의 호응이 중요했는데, 시끌벅적했던 극장에서 환상적인 상상력을 표현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덕분에 이 시기에 상영된 작품들은 대부분 소극이나 멜로드라마 같은 것들이었다. 1813년 드루어리 레인 극장에서 20일간 상영됐던 셸리의 <첸치 일가> 정도만이 문학사적 의의를 지닌다고 평한다.

     

    반면 소설 장르는 오스틴(Jane Austen)과 스코트(Sir Walter Scott)와 같은 대가들이 많이 배출되었다. 영국 문학사의 가장 위대한 소설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오스틴은 혁명적인 시대 분위기에 휘둘리지 않고 신고전주의적 문학 전통을 견지했다. 대표작인 <오만과 편견>과 <엠마>는 당대의 엄청난 사건들과는 무관하게 제한된 공간에서 사랑과 결혼 등의 소재만을 다루었는데 이러한 작품 소재는 사회현상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그러한 소재는 사회적 활동이 허용되지 않았던 당시의 중산계급 여성들에게 가장 중요한 관심사였다는 반박을 할 수 있다. 스코트는 <아이반호>, <웨이벌리> 등의 작품으로 역사소설의 새로운 영역을 열었다. 스코트는 동시대의 낭만주의와 달리 귀족적이고 봉건적인 취향을 지닌 작가였으나, 그의 작품 속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묘사된 사람들은 상인과 하인, 농부 같은 스코틀랜드 방언을 구사하는 중하층 계급의 사람들이었다.

     

     

    빅토리아 시대의 소설

    19세기의 영문학은 초반을 낭만주의 시대로, 1832년부터 1901년까지를 빅토리아 시대로 구분짓는다. 빅토리아 여왕의 재위 기간 동안 영국은 산업혁명의 성공으로 강대한 공업국이자 전 세계에 식민지를 보유한 대제국으로 변모했다. 중산계급은 부를 축적했고 물질문명이 급격히 발달했으며 사회의 지배적인 이념은 공리주의가 자리 잡았다. 사회 전반에 낙관주의적 풍조가 팽배했다. 1897년 빅토리아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 축제에 참가했던 마크 트웨인은 "영국 역사는 2천 년에 달하지만 이전의 시대를 다 합친 것보다 여왕 탄생 이후 더 큰 발전을 이룩했다"라고 언급할 정도였다. 

     

    낭만주의 시대의 중심적인 문학 장르가 시였다면 빅토리아 시대의 중심 장르는 소설에 집중되었다. 디킨스(Charles Dickens), 새커리(William M. Thackerary), 엘리엇(George Elliot), 브론테 자매(Emily Bronte & Charlotte Bronte), 하디(Thomas Hardy) 등 명실공히 소설의 시대라 부를 만큼 대단한 거장들이 대거 등장했다. 이 시대의 소설은 주로 동시대를 그리는 데 집중했다. 걸작으로 평가받는 많은 작품들이 19세기의 일상생활과 사회상을 밀도 있게 그려낸 작품들이다. 특히 디킨스는 후손들을 위한 특파원인 것처럼 런던을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올리버 트위스트>, <크리스마스 캐럴> 등의 초기작에서 작가가 체험한 하층민의 생활상과 애환을 생생하게 묘사했으며, <데이비드 코퍼필드>에서는 사회 각 계층의 다양한 인물들을 묘사했다. 그의 작품은 이렇게 당대 사회에 대한 관찰과 묘사에서도 상당히 뛰어나지만 그 이면에는 늘 사회 전 분야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빅토리아 시대의 영시

     

    빅토리아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은 테니슨(Alfred Lord Tennyson)과 브라우닝(Robert Browning)을 꼽을 수 있다. 워즈워스에 이어 계관시인이 된 테니슨은 빅토리아 시대의 민중시인으로 불릴 만큼 대중적 인기를 누리기도 했다. 그는 우울과 애수, 상실과 회한의 감정이 짙게 묻어나는 시를 썼다. 테니슨이 일찌감치 대중적 인기를 누렸던 것에 반해 브라우닝은 1860년대에 이르러서야 제대로 평가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대체로 불협화음가 구어체 언어를 시어로 과감하게 받아들였다. 테니슨이 주관적 감정이나 감상을 토로한 서정시를 주로 지었다면, 브라우닝은 작가의 개입이 적은 극적 상항을 제시하는 시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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