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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세기 미국 문학
    문학 2024. 3. 14. 11:29

    영국에서 누리지 못한 종교적 자유를 꿈꾸고 이주한 사람들이 많았던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종교정신에 반하는 문화활동이 용납되지 않았다. 그런 까닭에 순수문학의 발전도 다소 지체되었다. 게다가 독립전쟁 이전까지의 미국은 영국을 정신적 뿌리로 여기고 있었으므로 당시의 미국 문학은 영국 문학의 아류에 머물러 있었다. 미국 문학이 독자적으로 중요성을 가질 만큼 성장한 건 영국으로부터 정신적으로 그리고 정치적으로 독립한 이후, 다시 말해 19세기 낭만주의 시대에 이르러서였다.

     

    19세기 미국 문학
    19세기 미국 문학

     

     

    미국 문학, 낭만주의

    미국 문학의 낭만주의는 어빙(Washington Irving)이 <스케치북>을 발표한 1819년부터 남북전쟁 사이의 시기를 뜻한다. 1828년부터 1865년까지 채 30년도 안 되는 기간 미국의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뛰어난 문학작품이 많이 배출되었다. 흔히 미국 문학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포(Edgar Allan Poe)나 휘트먼(Walt Whitman), 에머슨(Ralph W. Emerson), 호손(Nathaniel Hawthorne), 멜빌(Herman Melville) 등의 작가들이 모두 이 시기에 작품 활동을 했다. 이들 작가들을 모두 낭만주의 작가로 분류하는 데에는 학자마다 이견이 있기도 하지만 이들 미국 낭만주의는 유럽의 낭만주의와는 차이가 있었다. 아직 개척이 되지 않은 드넓은 서부가 있었고, 공화국을 탄생시켰다는 자부심을 가졌던 미국인으로서 신대륙의 대자연이 뿜어내는 경이로움과 인간의 무한한 가능성을 찬미하고 유럽의 전통과 문화를 거부하려고 했다. 당시의 미국인들이 가지고 있던 애국심과 돈독한 신앙심으로 인해 유럽 낭만주의는 어느 정도 미국식으로 굴절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 낭만주의 작가는 물질만능의 세계 속에서 상상력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지만 작품에 따라서 밝은 쪽과 어두운 쪽으로 구분이 되기도 한다. 에머슨 같은 초월주의자들과 휘트먼으로 대표되는 미국 낭만주의의 밝은 그룹은 낙관적인 기대감, 진보와 민주주의 이상에 대한 믿음 등을 주요 특징으로 한다. 초월주의자들은 현실세계의 유한성을 부정하고 감각으로 파악하기 어려운 초월적인 세계가 존재한다고 믿었다. 이들은 자연을 신의 표현으로 보고 개인 내부에 존재하는 신성을 믿고 이를 따르고자 했다. 미국의 민중시인으로 불리는 휘트먼은 <풀잎>에서 평범한 개인의 위대함과 희망을 노래한 바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찬양한다(I celebrate myself)"라는 시구는 미국인과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예찬이라고 해석된다. 휘트먼은 격식을 파괴한 자유시를 구현하며 민주주의와 평화, 우애, 진보를 노래했다. 이렇듯 낭만주의의 밝은 쪽에 속하는 작가들은 역사의 진보에 대한 깊은 확신을 가졌고 이를 낙관적인 사상으로 표현했다. 반면 어두운 쪽에 속하는 작가들은 낙관주의, 팽창주의를 인정하지 않고 표면 아래에 감춰진 문제들을 주로 다루었다. 호손, 멜빈, 포 같은 작가들이 이 부류에 해당한다. 이들은 개인과 사회의 숨겨진 악과 암흑을 보고 회의주의, 비관주의에 빠져들었고 마음과 정신의 어두운 면, 비정상적인 심리 등에 집요한 관심을 가졌다. 이들은 인간사회에 존재하는 여러 갈등을 집중적으로 탐구해 19세기 후반의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그리고 20세기의 작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남북전쟁과 미국 사실주의 소설

    1861년부터 1865년까지 치러졌던 남북전쟁을 계기로 미국 문학은 현실의 삶을 충실히 그리는 사실주의로 방향을 바꾸게 된다. 스토부인(Harriet E. Beecher Stowe)의 <톰 아저씨의 오두막>, 더글러스(Frederick Douglass)의 <프레드릭 더글러스의 생애>와 같이 노예 이야기를 다룬 반노예제 문학과 트웨인으로 대표되는 지방색 문학은 미국 사실주의 문학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 것들이다. 여러 작품에서 등장하는 노예 이야기는 당시의 흑인 노예들이 겪어야 했던 고통스러운 삶을 그려냈으며 사회구조제의 문제점에 대한 통찰을 담고 있었다. 지방색 문학에 드는 작품들은 각 지역의 방언을 사용해 매우 사실적인 묘사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사실주의 문학의 전조로 여겨진다. 대표적인 작품인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서는 문어체와 구어체를 섞어 표현함으로써 미국적 문체를 발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작품 속에서 자유를 갈망하는 허크와 도망 나온 노예 짐의 모험이 다뤄지는데 그들의 눈에 비친 가식적인 도시와 사회에 대한 풍자, 모험을 재치 있게 그려내고 있다. 특히 아버지와 미스 윗슨으로 대표되는 전통사회로부터 도망친 허크가 짐과 여행을 떠나며 겪는 숱한 어려움과 고난의 과정을 거치면서 정신적인 성장을 이루는 과정은 큰 감동을 선사한다.

     

    미국 문학에서 사실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하우얼스(William Dean Howells)와 제임스(Henry James)로부터 라고 할 수 있겠다. 하우얼스는 사회현실의 객관적 재현에 사회비판을 적절하게 섞은 사실주의의 대변인이라 평가되며, 제임스는 겉으로 보기에 명백한 일은 굳이 묘사할 필요가 없으며 개인의식의 탐구가 내적인 삶의 사실성, 즉 리얼리티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고 여겼다. 그는 작가 의식에 포착된 삶의 경험을 세밀하게 보여 주는 심리적 사실주의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제임스가 다룬 주제는 크게 두 가지였는데, 하나는 예술과 삶, 현실과의 관계를 다룬 예술가 주제였고, 또 하나는 신대륙과 구대륙의 문화갈등을 소재로 한 국제 주제(international theme)였다. 제임스는 대체로 타락한 유럽보다는 상대적으로 미국을 옹호했다. 제임스는 내적 현실과 외적 현실을 복합적으로 표현함으로써 미국 사실주의를 유럽에 버금갈 만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작가로 평가된다.

     

    세기말에 이르러서는 사실주의가 쇠퇴하고 자연주의가 등장한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의 경계는 다소 모호한 면이 있으나 일반적으로는 삶을 대하는 과학적인 태도와 결정론적 믿음을 자연주의의 특징으로 인식한다. 19세기말에 이르러 미국 사회는 자본주의 체제가 급격히 발달하면서 빈부격차가 크게 벌어지게 되었다. 갈런드(Hamlin Garland), 런던(Jack London), 드라이저(Theodore Dreiser), 크레인(Stephen Crane) 등의 작가들은 사회의 어둡고 추악한 소재를 다루었고 '아메리칸드림'이 허상에 불과함을 과감하게 지적했다. 미국 자연주의 소설의 대부로 불리는 드라이저는 <시스터 캐리>, <미국의 비극> 같은 작품에서 자신이 어린 시절 몸소 겪었던 굶주림과 가난 등 삶의 어두운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특히 우리나라에 <젊은이의 양지>라는 제목으로 소개된 바 있는 <미국의 비극>은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난 주인공 클라이드가 분에 넘치는 출세 가도를 달리다가 결국 살인죄로 전기의자에 앉게 되는 비극을 다루고 있는데, 이 작품은 자본주의가 극에 달하면서 물질추구를 최고의 가치로 여기게 된 현대사회의 어둡고 참담한 현실을 고발한 자연주의 최고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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