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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신고전주의 문학, 18세기 영문학문학 2024. 3. 13. 18:48
영국 문학사에서 신고전주의 시대는 크롬웰에 의한 공화정이 끝나고 찰스 2세가 영국 왕좌에 오른 1660년부터 1798년까지의 시기를 일컫는다. 이 시기를 세 개의 시기로 나누기도 하는데 첫 번째로 1660년부터 1700년까지의 왕정복고 시대 - 드라이든(John Dryden)의 시대, 두 번째로 1700년부터 1745년까지 포프(Alexander Pope)의 시대 - 이성의 시대, 세 번째로 1745년부터 1789년까지 존슨(Samuel Johnson)의 시대 - 감수성의 시대로 분류하기도 한다. 이 시대를 거치면서 영국 신고전주의 문학은 발생, 융성, 쇠퇴를 거치게 됐다.
신고전주의 문학은 그리스 로마의 고전에 심취해 있던 르네상스 시대부터 시작되었다. 그리스 로마 고전은 인간의 이성을 존중하는 르네상스 시대의 경향과 잘 부합해 17세기 프랑스의 희곡을 통해 유럽 전역에 전파되었고, 영국 작가 드라이든과 포프, 존슨 등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당시 시인들은 문학의 모든 장르에서 본보기가 될 걸작을 고전시인들에게서 찾았다. 이들은 전통을 존중하고 고전시대의 걸작에서 사용된 기교를 모방하고자 했다. 시 창작에서는 천재적인 영감보다 장인으로서의 기술을 더 중요하게 여겼다. 자유로운 상상력보다는 정해진 규칙과 형식에 따라 시를 써야 한다는 주의였다. 균형미와 조화미가 있는 세련된 시를 쓰려면 고전에서 온 체계화된 규칙에 의해 시를 짓는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 류의 문학관은 '존재의 거대한 고리(Great chain of being)'라는 위계질서에 기초하고 있다. 당시의 분위기는 인간을 한정된 존재로 여겼고 정해진 한계를 벗어나는 행위에 대해 극도로 경계를 했다.
신고전주의 문학, 풍자문학의 전성기
신고전주의 시대에도 르네상스 시대와 마찬가지로 자연을 모방하는 것이 예술의 전제가 되었다. 당시 사람들이 표현하고자 한 자연이란 광활하고 거대한 존재로서의 의미보다는 규칙과 질서를 통해 조화를 이루는 것이었다. 따라서 신고전주의에서 따른 자연의 모방이란 소우주로서의 인간이 질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도와주는 문학작품을 만드는 것이 창작의 방향이었다. 이 시대에는 특히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하고 이를 교정하기 위한 희극, 풍자시 등이 크게 발달했다. 풍자문학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당시 정치상황을 그린 드라이든의 <압살롬과 아키토펠>, 문학적 취향의 저급함을 조롱한 드라이든의 <맥 플레노>, 포프의 <던시아드>, 인간의 탐욕과 욕망을 비판한 존슨의 <인간의 헛된 욕망>, 귀족들의 편협함을 비판한 <머리카락의 강탈> 등이 있다.
이 시기에는 산문 분야에서도 풍자 작품이 많았다. 풍자문학의 대표적인 작가 스위프트(Jonathan Swift)는 <점잖은 제안>에서 아일랜드를 착취하는 영국을 풍자했고, <걸리버 여행기>에서는 정치제도와 사회이념, 이성에 대한 지나친 믿음, 인간의 탐욕 등을 종합적으로 비판했다. 총 4권으로 이뤄진 <걸리버 여행기>에는 주인공 걸리버가 항해 중 난파를 당해 소인국과 대인국, 하늘을 나는 섬나라, 말의 나라 등을 다니면서 기이한 경험을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특히 말이 야후(Yahoo, 인간)를 다스리는 말의 나라 편에서는 인간이 가장 혐오스러운 동물이라는 독설을 포함하고 있다.
중산층 독자층의 증가, 소설의 등장
18세기 영국 문학에서 가장 큰 특징적인 점은 소설의 등장을 들 수 있다. 당시의 소설은 글자 그대로 '새로운(novel)' 형태의 글쓰기를 의미했고, 귀족이 아닌 일반인들의 일상생활을 사실적으로 그리는 문학이었다. 학문적으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긴 하나 사실주의에 입각해 사실을 존중하는 시민계급의 윤리관을 표현했다는 점에서 통상적으로 1719년 발표된 디포(Daniel Defoe)의 <로빈슨 크루소>를 영국 소설의 효시로 본다. 자본주의가 확립되면서 중산층이 성장하고, 여가시간이 늘어나면서 시민계급의 독서인구가 늘어났으며, 마침내 소설은 영문학의 중심 장르로 자리 잡게 되었다. 소설의 등장은 귀족들의 전유물로만 여겼던 문학을 일반인, 보통 사람들이 향유할 수 있는 것으로 만들었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의를 가진다. 이전의 작품들에서는 왕과 주인공만이 주인공으로 등장했지만 18세기 소설에서는 일반인들, 즉 시민계급에 속하는 사람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게 되었다.
중산층이 독자층으로 등장하면서 소설은 당연히 중산층이 지니고 있던 이념, 다시 말해 개인주의와 부의 축적을 통한 신분 상승의 주제를 다루었다. 소설 <로빈슨 크루소>는 중산층에 대한 찬미, 부의 축적을 통한 신분 상승을 다루었으며, 서간체 형식으로 섬세한 여성의 심리를 묘사한 <파멜라>는 하녀인 파멜라가 정조를 지킴으로써 귀족의 아내가 되는 신분 상승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필딩(Henry Fielding)은 리처드슨의 소설을 패러디해 <샤멜라>와 <조셉 앤드류스>를 발표했는데 중산층의 이념과 귀족의 방탕함을 모두 다 비판하는 작품이다. 고전주의가 추구했던 감수성을 중시하고 소설을 순수한 예술의 산물로 여겼던 스턴(Lawrence Sterne)은 실험적인 구성의 <크리스트럼 샌디>를 발표했는데, 이는 현대적인 소설의 효시로 평가받기도 한다.
고전주의에 대한 반발
18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영국에서는 고전주의에 대한 반발이 하나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성을 중요시여기고 감정을 배제했던 18세기의 시대정신에 대한 반동으로 감성을 옹호하려는 움직임이 태동했다. 이런 움직임이 가장 먼저 두드러지게 시작된 장르는 희곡이다. 프랑스의 화려한 궁정생활을 경험했던 찰스 2세가 왕의에 오르면서 17세기 후반에는 귀족들의 퇴폐적인 생활을 그린 풍속희극이 유행했는데, 18세기가 되면서 중산층 관객들이 풍속희극을 퇴폐적이라고 비난함에 따라 자연스럽게 중산층의 미덕을 강조하는 감상희극이 유행하게 되었다.
신고전주의에 대한 반발은 소설에서도 나타났다. 과학과 이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한 내용을 다룬 고딕 소설이 등장했다. 당시의 소설에는 어둡고 음산한 분위기의 중세 성곽을 배경으로 설정된 경우가 많았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고딕 소설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게 된 것이다. 지하감옥이나 무너져가는 저택 등 음침한 장소에서 일어나는 신비롭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주로 등장했다. 고딕 소설은 인간의 어둡고 비이성적인 면을 탐색하는 장르를 열었다는 점에서 이후의 소설에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시에서도 이성보다 감성을 중시하는 반발의 싹이 트고 있었다. 그레이(Thomas Gray)를 비롯한 '묘지파' 시인들은 죽음이나 고독, 절망 등 자신의 내면적 감성에 귀를 기울이는 주제를 주로 다뤘다. 번스(Robert Burns)와 같은 시인은 소박하면서도 인간적인 감성에 호소하는 시를 써서 '전 낭만파' 시인으로 불리기도 한다. 하지만 영국 문학사에서 18세 후반을 존슨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은 상당히 역설적이다. 이렇게 과학과 이성, 고전주의에 대한 반동이 일고 있었지만 마지막까지 고전주의의 규칙과 원칙을 지키고자 했던 존슨의 입장을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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